밤의 장막, 71.5x 90.5cm,비단에 수묵담채, 2025



최근의 작업에 이르러 나무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화면 속 나무들은 특정한 장소의 풍경이라기보다 하나의 인간처럼 존재한다. 계절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형태가 다르지만 서로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닮아 있다. 때로는 하나의 장막 아래 모이고, 때로는 숲을 이루며 서로를 지탱한다. 작가는 나무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 관계와 연대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특히 최근 연작에서 등장하는 장막은 매우 중요한 상징이다. 그것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누군가를 보호하는 천처럼 보이기도 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막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기 다른 나무들이 하나의 장막 아래 놓이는 순간, 그들은 개별적인 존재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관계의 풍경이 된다. 이는 두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돌보며, 일상의 시간을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경험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임현경의 작업 변화는 단순히 소재의 변화가 아니다. 기암괴석에서 나무로, 정원에서 숲으로, 풍경에서 관계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 놓여 있다.

 동양 철학에서 아름다움과 선함은 분리되지 않는다. 공자는 순임금의 음악을 두고 “아름다움이 지극하고 또한 선함이 지극하다(盡美矣, 又盡善也)”고 말했다. 진정한 예술은 단순한 형식적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으며, 선함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이다.

 임현경의 화면에는 이러한 선함이 스며 있다. 그것은 거대한 서사나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 가족을 향한 애정 같은 작고 사소한 감정들이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속 엘제아르 부피에는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은 채 평생 나무를 심는다. 그의 묵묵한 행위는 결국 황폐한 땅을 숲으로 바꾸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선함은 거대한 이상이나 구호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일 반복되는 작은 실천 속에서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간다.

 임현경의 회화 또한 그러하다. 작가는 매일 산책하고, 기억하고, 바라보고, 그린다. 그렇게 축적된 시간과 시선은 화면 속 풍경이 된다.

 몽유도원도의 도원이 꿈속에 있었다면, 정지용의 고향은 기억 속에 있었다. 그러나 임현경의 유토피아는 현재의 시간 속에 존재한다. 그녀가 매일 걷는 길과 바라보는 나무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이미 도원은 도착해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멀리 있는 이상향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곁에 있었지만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선한 풍경을 다시 만나게 된다. (박준수, 전시서문 중)



2026년 서초구립양재도서관 지역예술가 전시지원사업:「양재도서관에서 읽는 전시」

🌳네번째 전시 「꿈이 머무는 숲」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
작가 임현경 × 평론가 박준수

■전시기간: 2026.8.29(토) ~ 10.15(목)
매주 금요일 정기휴무, 추석 당일 휴무, 평일 09:00~22:00 주말09:00~20:00 


■전시장소: 서초구립양재도서관 3층 전시홀, 예술가의 방
(서울 서초구 양재천로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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