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원시립미술관 참여형 교육전시 ‘그린그린 뮤지엄: 감각 노트’에 방문한 한진아씨와 두 형제가 임현경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도심에서 잠시 멈춰, 새소리 듣고 숲의 향 맡으면…수원시립미술관 ‘그린그린 뮤지엄: 감각 노트’ [전시리뷰]





✅전시명: 《그린그린 뮤지엄 2부: 감각 노트》

✅전시기간: 2026. 8. 11.(화) ~ 12. 4.(금)

✅전시장소: 수원시립만석전시관 2층 프로젝트 스페이스

✅참여작가: 양지윤, 임현경


양지윤·임현경, 한지 설치·채색화 13점으로 풀어낸 순환과 돌봄
피토테일 이혜영의 향기와 새소리 더해…도심서 오감으로 만나는 자연
12월 4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서 참여형 교육전시

향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숲을 닮은 향 사이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번지고,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빈백에 몸을 기대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도 자연스레 느려진다.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린그린 뮤지엄: 감각 노트’는 자연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듣고, 맡고, 머물며 감각하게 한다. 10살, 5살 두 아들과 전시장을 찾은 한진아씨도 “처음 들어오자마자 향이 반겨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며 아이들과 감각 노트를 펼쳐 각자 느낀 것을 적어 내려갔다.

 

수원시립미술관이 마련한 참여형 교육전시 ‘그린그린 뮤지엄’이라는 이름에는 자연의 초록(Green)을 그리고(Drawing), 자연과 다시 눈을 맞춰보자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 3~7월 열린 1부 ‘별가루 신비정원’이 일상 속 자연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2부 ‘감각 노트’는 자연을 한층 가까이 들여다보며 쉼의 공간을 넘어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양지윤·임현경 두 작가의 회화와 설치작품 13점은 자연의 ‘순환’과 ‘돌봄’을 이야기하며 연결과 공존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양지윤은 한지를 통해 물과 빛, 바람이 빚어내는 생명의 순환을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빛의 모양’과 ‘물의 모양: 숨’이 대표적이다. ‘빛의 모양’에서는 닥종이와 폐지로 만든 원형 조각들이 이어져 벽면을 감싼다. 물방울이나 씨앗, 세포를 연상시키는 원들은 빛을 받아 그림자를 만들며 다른 형상을 드러낸다. 물에 풀어진 닥섬유를 다시 떠 올리는 한지 제작 과정 역시 생명이 이어지는 자연의 순환과 닮았다.


임현경의 숲에는 자연과 인간이 주고받는 ‘돌봄의 흔적’이 스며 있다. ‘숲을 잇는 시간 1-8’ 등에는 병들거나 쓰러질 듯한 나무를 받치는 지지대와 끈, 천이 등장한다. 작가가 아이와 집 주변을 산책하며 마주한 풍경에서 출발했다. 누군가 나무를 받치고 감싸놓은 모습은 아이를 돌볼 때 천을 사용했던 자신의 경험과도 겹쳐졌다. 밤에서 새벽, 아침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상상이 더해지며 도시의 숲은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이 쌓인 공간으로 바뀐다.


그 돌봄은 작품을 만드는 방식에도 스며든다. 임 작가는 투명하게 비치는 비단 뒷면에 색을 여러 번 입힌 뒤 앞면에서 다시 중첩하는 과정을 반복해 숲의 공기와 빛, 시간의 변화를 만든다. 그는 “한 땀 한 땀 섬세하게 색을 올린다. 나 역시 누군가를 돌본다는 마음으로 색을 입혀간다”고 말했다. 도심의 나무에 남겨진 돌봄의 흔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단에 색을 거듭 쌓는 작가의 노동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전시는 작품 밖의 감각도 끌어들인다. 후각예술가이자 아로마하우스 피토테일(PHYTOTALE) 대표 이혜영이 두 작가의 작품 세계에 맞춰 각각 다른 향을 연출했다. 작품 가까이에서는 저마다의 향이 느껴지고 전시장 가운데에서는 두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양지윤의 공간에는 작가가 지정한 ‘물의 모양’과 동명의 음악이 흐르고, 임현경의 작품 주변에는 숲과 새를 떠올리게 하는 소리가 더해진다.


관람객은 ‘감각 노트’를 들고 빈백에 기대앉거나 누워 호흡과 명상을 하며 머물 수 있다. 냄새와 소리,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고 ‘숲에 있는 친구 중 내가 돌보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는 활동도 마련됐다.

 

김지원 학예연구사는 “자연을 쉼의 공간에서 나아가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12월4일까지 이어지며 관람은 무료다.


(경기일보, 2026-09-28 16:20, 이나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