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첫 산문집 개정판
* 2026년 8월 24일 발행
* ISBN 979-11-416-1856-8 03810
* 133*200 무선 | 284쪽 | 값 17,500원
* 책임편집 | 김내리(031-955-8864,
pureanan@munhak.com)
신작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와 함께 김애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의 개정판을 펴낸다. 지난 2019년에 출간되어 오랜 시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산문집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시골길, 잘 익은 빨간색 수박,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 삶에 선선한 바람을 쐬어주는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맑고 깊은 글이 담겨 있다. 지금의 삶을 긍정하는 사람의 시선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김애란의 초기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유머러스함도 녹아들어 있어 더욱 반갑다.
이번 개정판은 차례를 전체적으로 새롭게 매만지고, ‘속삭이다’와 ‘기우뚱하다’ 같은 단어처럼 말 자체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글을 ‘단어 사전’이라는 별도의 부로 묶음으로써 김애란 특유의 시적인 여백을 천천히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 아이의 등단 소식이 마을 전체의 축제가 되는 작은 동네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유년 시절부터 “삶의 앞통수와 뒤통수, 옆통수”(109쪽)를 보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끝내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추게 된 삼십대의 시절까지, 활기와 젊음으로 생동하는 작가의 빛나는 청춘 시절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
첫 산문집에 새 옷을 입혀 다시 내보냅니다.
덕분에 저도 오래전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 쓴 산문들과의 차이가 보였습니다.
예컨대 첫 산문집에 등장한 제 ‘젊은 부모’는 두번째 산문집에 이르러 쇠약해지셨고, 제가 오십 주년 축사를 건넨 출판사는 육십 돌을 넘었습니다. 이국의 한 시인이 제게 준 연필은 특별한 새 주인을 찾았고, 자전거 앞자리에서 아빠를 돌아보며 웃던 K 선배의 딸은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세번째 산문집을 낼 즈음이면 또 많은 게 달라져 있겠지요?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며 흘러가는 구름처럼 혹은 그 구름을 옮기는 바람처럼요.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제 “성정의 경박하고 아름다운 어떤 부분, 내가 껴안는 상스러움의 많은 부분”은 지금도 여전하고, 벌받듯 맨손으로 도시의 “축제를 받치고 있을” 사람들의 근심 또한 그대로이거나 더 깊어진 듯합니다. 옛날 시의 아름다움과 누군가를 애도하는 이들의 마음 또한 변하지 않은 듯하고요.
변하지 않은 것 중에는 원고 앞에서 매번 쩔쩔매는 저의 모습도 있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고되지 않은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그 과정과 수고를 다른 데 양보하거나 위탁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그 마음이 뭘까 생각합니다.
제 속의 어떤 고지식함 때문일 수도 혹은 이 산문집에 적은 여러 이름 앞에서 무언가 삼가는 마음, 옷매무새를 살피는 예의 같은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닐 테지만요.
한동안 글쓰기에 용기를 잃었던 시기, 제게 힘이 되어준 이름들에게 감사와 우정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말이지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2026년 한여름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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